비언어적 의사소통

2025. 7. 12. 15:0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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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

 

1.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개념과 중요성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란 말이나 글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어떤 사람이 상대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비언어적 수준의 의사소통은 표정, 시선, 자세, 제스처, 신체적 접촉 정도, 거리, 목소리의 변화 등 다양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전철에서 앵벌이 아이가 볼펜과 자신의 처지를 글로 적은 때 묻은 종이조각을 무릎 위에 놓을 때, 그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면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까? 눈을 마주치며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면 그것은 "사주고 싶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을 감거나 신문을 들여다보며 모른 체한다면, 그것은 "잘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과 사람이 마주했을 때 전달되는 메시지는 언어적인 측면보다는 비언어적 방식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2.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특성과 작동 방식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은 여러 가지 점에서 언어적인 의사소통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경로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제스처, 표정, 시선, 말투 등이 한꺼번에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데 동원된다는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검토해 보자. 가능한 한 침묵을 지키고, 거리감을 유지하며, 미소를 거두고 딴 곳을 응시하거나 때로는 억지 하품을 하는 것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대부분은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말로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파악하기 어려운 한 가지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 많은 경로들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에 있다. 언어적 의사소통에 비해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훨씬 더 자발적이다. 다시 말하면, 비언어적인 표현은 의도적인 노력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는 것도 항상 미리 의도한 바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에 비해 훨씬 의식적 통제를 많이 받는다. 비언어적인 것이 의식적 통제를 적게 받기 때문에 상대방의 진정한 마음 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는 말보다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집들이를 위해 집으로 초대한 손님들이 밤이 늦도록 돌아가지 않는 경우, 초대한 주인이 "이젠 자야 할 시간이 되었으니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주십시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메시지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의도적인 통제가 쉽다는 뜻이다. 그러나 피곤한 표정이나 기지개 켜기, 시선의 응시가 줄어드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운 일이다. 비언어적인 신호는 많은 경우 무의식적이며 자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언어적으로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덜 분명하다. 언어적인 메시지 역시 모호한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비언어적 메시지에 비해 비교적 의미가 더 분명하다. 낯선 사람이 지긋이 바라본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관심이 있는 것일까?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니면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그 자체가 워낙 모호하고 다양한 의미를 시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확실하게 감을 잡기가 어렵다. 가끔은 상대의 몸은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데도 "난 별로 화나지 않았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언어적인 메시지와 비언어적인 것이 상호 모순된 대표적인 예이다. 이럴 때 어떤 메시지를 더 믿어야 할까? 거기에는 확실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언어적인 메시지보다는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내담자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 "성실하고 좋은 분이다"고 말하면서 주먹을 쥐고 있다면, 그 의미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분노감이 숨겨져 있다고 여겨질 것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아직도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을 때, 남편이 "물론이지"라고 말하면서 아내의 얼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문만 보고 있다면? 당연히 그 말을 듣는 아내는 흡족해하지 않을 것이다. 언어적인 메시지와 비언어적인 메시지로 전달된 무시(쳐다보지 않기)가 일치하지 않으며, 이럴 때는 비언어적 메시지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3. 문화적 차이와 비언어적 신호의 해석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는 다른 비언어적인 메시지들을 드러낸다는 실험 증거들이 많이 있다. 사용하는 말이 문화에 따라 다르듯이 비언어적인 표현들도 문화권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북유럽 사람들은 라틴계 주민들에 비해 상호 간의 신체적 접촉을 덜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영국계 사람들은 브라질 사람들처럼 그의 개인적 공간에 별생각 없이 선의를 갖고 가깝게 다가오는 것에 몹시 당황하게 된다. 문화적인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비언어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극적인 오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예컨대 티벳 사람들은 친구를 만났을 때 인사를 하는 표시로 혀를 날름 내민다. 그러나 우리 문화권에서는 혀를 날름 내미는 행동은 놀리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4. 주요 비언어적 의사소통 유형

대인관계에서 비언어적인 신호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구체적인 유형들을 살펴보면서 사회적 친화나 상호작용하는 사람의 지위와 관련된 내용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말로 하는 언어적인 표현을 통해서도 감정이나 내적인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말 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무실에 불려갔을 때,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이 인상을 쓰며 가만히 노려보는 선생님의 표정만으로도 뭔가 크게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이 간파될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 역시 수많은 비언어적인 수단으로 표현된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며 가까이 다가오고, 더 많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면 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굴 표정은 어떤 것보다도 많은 정서적 표현을 한다. 한 연구는 사람들의 얼굴에 표현되는 서로 다른 기본적인 정서가 일곱 가지임을 찾아냈다. 이 일곱 가지 정서는 분노, 경멸, 메스꺼움, 두려움, 행복, 슬픔, 경악이며, 이들 정서를 표현하는 얼굴 표정은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임이 밝혀졌다. 동양인과 서양인 등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얼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연결하게 한 결과,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정서를 정확하게 판단함이 밝혀졌다. 몇 가지의 기본적인 얼굴 표정이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사하게 인식될 수는 있지만, 모든 문화권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만약 중국에 가서 혀를 내밀면 그 사람들은 매우 놀라고 있다고 해석할 것이다. 또 북미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서를 적절하게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는 방식은 그 사회의 규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가끔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숨기는 것이 가능한가? 그럴 수 있다.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는 표정으로 감정을 위장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커 페이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포커 관에서 손에 든 카드가 좋아서 흥분하거나 반대로 좋지 않을 때 실망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것은 게임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노련한 도박사들이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지 않은 데서 유래한 말이다. '눈치', '눈매', '눈썰미', '눈엣가시', '눈요기', '눈치밥', '눈웃음', '눈익다', '눈짓', '눈 맞았다' 등 눈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감정 상태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외부 정보의 80% 이상이 눈을 통해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눈으로 말해요'라는 말도 있듯이, 수없이 많은 감정과 생각이 눈을 통해 전달된다.

 

5. 시선, 자세, 동작에 담긴 메시지

표정과 함께 응시와 시선은 비언어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중요한 경로 중 하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선으로 전달되는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몇 가지 흥미 있는 연구 결과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응시하는 시간이 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에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강연자나 면접자,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해본 결과, 상대와 오랫동안 시선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방으로부터 더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사하게,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시간이 긴 사람들은 사고력이 뛰어나고 신뢰감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응시는 감정의 강도(긍정 또는 부정의 성질이 아니라)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시선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시선을 유지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알려져 있다. 또 백인은 흑인보다 대화 상대를 응시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시선을 덜 마주치는 것을 관심이 없거나 정직하지 못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응시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고 회피하려 하기도 한다. 원숭이도 싸우려는 공격적 의도를 드러낼 때 노려보기를 사용한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도 의미 전달의 수단이 된다. 불쾌하거나 당황한 상황이거나, 개인 공간이 침범당했다고 느낄 때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눈을 피한다는 믿음이 있지만, 노련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지한다.

 

시선의 형태는 지위를 반영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말할 때 더 오래 쳐다보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말할 때 상대적으로 덜 쳐다본다. 남녀가 만났을 때는 여성 쪽이 상대를 더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경우는 적고, 반대로 그런 응시를 받을 때 피하려는(복종적인) 태도를 더 많이 보인다. 서로 끌리는 사람들끼리는 시선부터 달라진다. 서로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둘 사이에 호감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응시하거나 아예 시선을 피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시선을 주고받는 것을 선호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그렇지 않은 연인들보다 서로를 더 많이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응시 시간이 같아도 상황에 따라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연인이 서로를 오래 바라보는 것과 다툴 때 상대를 오래 노려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이며, 이런 차이는 시선 외에 표정 등 비언어적 단서를 통해 파악된다. 많은 동물은 동작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사람도 다양한 동작으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한다. 주변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낸다. 누군가 몸을 긁는 모습을 보면 가려운 줄 알고, 서둘러 걷는 사람을 보면 바쁘다고 짐작한다. 동작은 감정뿐 아니라 성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늘 서성거리는 사람은 초조하고 긴장 상태에 있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여겨진다. 함께 일하는 교수 한 분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다리를 떠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런 행동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침착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관찰되며, 그런 성격은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아이가 식사나 수업 중에 다리를 떨면 "복 나가는 짓"이라며 그만두라 말하기도 한다. 대화 중에도 여러 동작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거나 동의할 때는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동의하지 않을 때는 좌우로 흔든다.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고개를 갸웃해 의사를 전달한다. 수업 중에 학생이 턱을 앞으로 쭉 빼고 양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면, 교수는 대개 수업이 지겹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똑바로 앉아!"라는 말이나 인상을 찌푸리는 표정으로 불만을 표현할 수도 있다. 반면, 눈을 똑바로 뜨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은 채 상체를 앞으로 숙인 자세를 취한다면, 교수는 강의가 재미있고 학생이 열심히 듣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해 흐뭇해할 것이다. 몸의 자세는 상대에 대한 태도를 추측하게 해준다. 내 쪽으로 몸을 약간 기울이고 있다면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일 수 있다. 가능한 멀리 떨어져 팔짱을 끼고 있다면, 부정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자세는 사람들 사이의 지위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체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더 이완된 자세를 취하고, 아랫사람은 긴장되고 단정한 자세를 보인다. 이런 현상은 대학병원 회의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교수나 과장은 여유롭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지만, 레지던트나 간호사는 긴장되고 경직된 자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자세도 시선처럼 지위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은 개방적인 자세를, 여성은 폐쇄적인 자세를 더 많이 보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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