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1)

2025. 6. 27. 22:14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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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어기제

 

1. 반동형성

자신의 욕구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죄책감을 유발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때, 사람들은 그 욕구를 감추기 위해 오히려 정반대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내면의 욕구와는 상반되는 행동과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욕구나 동기를 숨기려는 것을 반동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불편함이나 적대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오히려 과도하게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거나,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의 전화를 일부러 무심하게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젊은이들이 미팅이나 동아리 모임에서 선정적인 주제에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예술이나 철학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예다. 특정 주제를 고집하는 것도 무의식 속 숨겨진 동기를 감추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고무줄놀이를 괜히 방해하는 것처럼, 성인들도 연모의 감정이 드러날까 봐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짓궂게 행동하기도 한다. 예쁜 사람 옆의 빈자리를 피해 일부러 멀찍이 앉거나, 골목길에서 낯선 여성이 앞서 가고 있을 때 괜히 앞질러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잠재된 욕구를 억누르며 긴장을 해소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일 수 있다.

 

2. 합리화

간절히 원하던 목표의 달성이 어려워지면, 그 목표의 의미를 스스로 낮춰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욕구 충족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짜 이유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괴로움을 덜어내려는 심리 과정을 합리화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학교의 우등생은 사회의 열등생”,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가 힘들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 차라리 공부 자체를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편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합리화는 실망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로 인한 죄책감을 덜거나 이기적인 충동을 스스로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경제적 이유로 경차를 타는 사람이 “주차하기 좋아서”라고 말하거나, 과시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외제차 운전자가 “역시 안전이 중요하지”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 예다. 또한, 마음에 들던 이성과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미인은 명이 짧다”거나 “예쁜 사람은 성격이 별로야”, “진짜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식의 해석을 내리는 것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 역시, 실제로는 자녀가 남보다 뒤처졌을 때 부모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피하려는 심리일 수도 있다. 아이에게 엄하게 대하는 부모가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합리화는 죄책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 투사

우리의 행동은 언제나 타당한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행동을 한 후에야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이는 일이 흔하다. 어떤 행동이든 여러 동기의 결과이며, 그중에는 이기적이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요인도 포함되어 있다. 합리화는 이러한 불편한 동기를 감추기 위해 더 그럴듯한 이유를 강조하는 심리적 기제다. 사람은 자신의 성향을 타인에게서 더 쉽게 발견한다. 예를 들어, 권위적인 상사를 싫어하는 사람이 다른 이들 앞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태도를 보이거나, 선배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이가 후배의 예의 없음을 더 크게 문제 삼는 경우처럼 말이다. 자신이 가진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투영하다 보니, 그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더 눈에 띄는 것이다. 모임에서 돈을 내기 꺼리는 사람은 신발을 늦게 신는 사람에게 먼저 시선을 두기도 한다. 결국 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이의 이기심을 더 잘 알아채는 법이다. 이런 이유로 '부처의 눈엔 부처만 보이고, 도둑의 눈엔 모두가 도둑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욕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괴로움이 생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방식은 그런 욕구를 타인에게서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 태도, 동기,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상황이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심리 과정을 투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늑대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운 욕망이나 불안을 타인의 특성으로 해석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추측된 유사성 편향'이라 하며, 자기 안의 특성을 타인의 모습으로 투사해 판단하는 오류다. 자신이 인정하기 어려운 욕구를 타인에게서 찾음으로써, 자책보다는 타인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강한 권력욕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적을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이라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투사의 일종이다. 정말로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면, 누가 어떤 자리에 오르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투사가 병적으로 심화되면 피해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피해망상은 아무 근거 없이 타인이 자신을 의심하고 해치려 한다고 믿는 상태인데, 이는 내면에 자리한 불신과 적대감이 외부로 투영된 결과다. 타인을 향한 적대감은 죄책감을 일으키지만, 스스로를 위협한다고 믿는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면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4. 전위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다른 대상에게서 채우는 것을 전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꾸중을 들은 사람이 부하 직원이나 가족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전위의 한 형태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청소년이 기성세대에게 반항적으로 행동하거나, 성인이 되어 직장에서 상사와 자주 충돌을 일으키는 것 역시 전위 행동의 일례이다. 이처럼 분노나 적대감을 유발한 원래 대상이 아닌, 상대적으로 만만한 대상을 향해 감정을 표출하는 심리적 과정을 ‘희생양 만들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전위가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그 사람과 닮은 이와 결혼하는 경우, 또는 자녀가 없는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깊은 애정을 쏟는 경우처럼, 비교적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부모에게 향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부모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배우자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5. 억압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주기로 했던 약속이 학교에 도착해서야 떠오를 때가 있다. 약속을 일부러 어기려던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미안해, 정말로 깜빡했어.”라고 사과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잊었던 것이 맞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날 아침에는 자명종이 울리기 전에 벌떡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이 부탁한 일은 잊으려 해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실수로 잊어버렸던 약속들을 되돌아보면, 대개 내키지 않거나 마음속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열심히 정리한 노트를 빌려주는 것은 우정의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고의로 약속을 어겼다고 인정하기도 싫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 졸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내면의 갈등과 불안은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해결된다. 그것이 바로 ‘의도하지 않은 망각’이다. 실수로 약속을 어기면,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아도 되고, 동시에 노트를 빌려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충족되기 때문에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진심으로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원하지 않는 충동이나 경험, 감정, 욕망, 공상 등을 의식하지 못하게 밀어내어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과정을 억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수치심이나 죄책감, 또는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무의식적인 억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담스러웠던 말에 대해 “내가 그런 말 했어?”라고 되묻거나, 내키지 않았던 숙제를 깜빡 잊어버리는 것처럼 일상적인 건망증에서도 억압은 나타난다. 더 나아가 병적인 기억상실증도 억압의 극단적인 결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강간과 같은 극심한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험이나, 전쟁 중 민간인을 학살한 병사가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처럼 견디기 힘든 수치심이나 죄책감은 차라리 잊고 사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6. 보상

‘카사노바 콤플렉스’는 한 사람과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남성의 심리적 경향을 뜻하며, 이는 카사노바라는 인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왜 수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열등감과 남성으로서의 자신감 부족 때문이었다. 카사노바는 인정과 사랑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확인받고자 했고, 이는 반복적인 성적 정복을 통해 충족되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몸집이 작더라도 오히려 더 당차고 재능이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은 다른 감각인 촉각과 청각이 일반인보다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상실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심장 판막이 약한 경우, 혈액순환 기능을 보완하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이처럼 신체적, 심리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이 장점이라 여기는 부분을 과장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보상이라 한다. 예를 들어, 키가 작아 성장 과정에서 열등감을 느꼈던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사회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주도권을 과도하게 잡으려는 경우, 이를 ‘나폴레옹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실제로 역사 속 독재자들 중에는 키가 작은 인물이 많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보상 행동의 근원이 되는 결점이나 열등감은 신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심리적 특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뛰어난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많다.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 역시 보상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7. 동일시

두세 살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특히 동성 부모를 자주 흉내 낸다. 예를 들어, 다리를 꼬고 앉거나 볼펜으로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신보다 강하거나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닮으려 하거나 가까이함으로써 그 사람의 능력을 간접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심리적 과정을 동일시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어린아이가 엄마를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엄마를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닮아가며 그 욕구와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과정을 동일시의 예로 설명했다.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따라 하는 아들이 대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소유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된다. 아들이 아버지의 면도하는 모습을 흉내 내거나, 딸이 소꿉놀이에서 엄마 흉내를 내며 설거지를 따라 하는 것도 동일시의 한 모습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 외에도 좋아하는 교사의 말투나 행동, 또래 친구의 태도를 따라 하기도 하고, 십대 청소년들은 자신이 닮고 싶은 연예인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을 모방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기 있는 스타를 따라 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없는 재능이나 매력을 가진 인물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고, 우월감이나 자아도취를 느끼기 위한 무의식적 시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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