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도 얼굴이 있다 — 여섯 가지 유형별 탐구

2025. 6. 20. 16:57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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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여섯 가지 유형

우리는 수없이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더욱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의 근원들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범주들이 서로 배타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의 근원은 크게 좌절, 과잉 부담, 갈등, 생활의 변화, 탈핍성 스트레스 및 자기 부과 압력 등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좌절]

좌절감이란 원하는 목표가 지연되거나 차단될 때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이다. 좌절감은 목표를 향하려는 욕구를 방해하는 장애물에 의해 경험되는 것으로서 이 장애물은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적인 것으로는 약속된 시간에 도착할 수 없게 만드는 교통체증이나, 고생해서 어렵게 마련한 집을 천재지변으로 잃는 일 등, 물리적인 것과 원하는 결혼대상자와 결혼할 수 없다는 부모의 반대 및 지역적인 차별이나 남녀 차별 등 사회적인 장애로 구분될 수 있다. 내적인 장애물은 건강 문제나 외모 등 체적 요인과 지능이나 성격 문제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과밀과 좌절의 연관성

좌절감의 전형적인 예로서 과밀을 들 수 있다.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과밀한 환경에서 사육된 쥐들은 호르몬의 분비에서 이상을 보이며 이차성징이 위축되고 혈압이 상승하며 비정상적인 행동과 생식능력의 쇠퇴 등을 보였으며 비과밀 환경에서 사육된 쥐들보다 병이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경우에도 과밀한 지하철 통근자들의 경우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분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사회적·경제적 좌절

종교, 종족 및 사회계층 간의 차별 같은 사회적 좌절감도 심리적인 스트레스의 중요한 근원이 된다. 사회경제적인 요인도 좌절감과 관련된 스트레스 원인이 될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 정신장애나 자살 및 범죄, 이혼과 부부싸움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목화 가격이 떨어졌을 때, 흑인 노예들을 폭력적으로 죽이는 사건(린치라고 불리는)이 더 자주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잉 부담]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모든 사람은 각자 제한된 처리용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처리용량을 벗어난 자극이나 요구도 중요한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엄청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전화 교환수는 그렇지 않은 교환수보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가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현대의 도회지 생활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도회지의 사람들은 시골 사람들보다 타인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적어진다.

 

1. 직업적 과잉 부담

도시인의 이러한 비인간적인 무관심은 도시인들이 받는 과잉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기제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직장 내에서의 업무처리와 관련된 지나친 부담, 심한 경쟁 속에서 승진해야 하는 것도 역시 과잉 부담일 수 있다. 책임감의 증가와 사회적인 지지의 결여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직업적 과잉 부담이 우리나라 40대의 사망률 1위에 기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카고 비행장의 항공관제사 중 32.5%가 위 또는 십이지장에 궤양 증상을 보이며, 같은 시간 동안 비행훈련을 받는 자들보다 고혈압이나 위궤양에 더 많이 걸린다는 것도 업무상 과잉 부담과 관련이 된다.

 

2. 학생의 학업 부담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일 자체의 절대량보다는 개인의 처리능력을 어느 정도 벗어났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습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고 학습량이 자기 능력 범위를 벗어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중 학업과 관련된 과잉 부담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는 학생들에게 소위 고3병이라고 하는, 입시 수험생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까지 이어진다.

 

 

[갈등]

두 가지의 동기들이 갈등을 일으킬 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갈등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어떤 대상에 접근하고 싶은 동기와 회피하고 싶은 동기간의 갈등 관계를 세 가지로 구분해 보겠다.

 

1. 접근-접근 갈등

접근-접근 갈등은 두 가지의 긍정적인 선택지 간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를 말한다. 예를 든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쫓을 때 경험하는 것과 같이, 학문을 계속하는 것과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 것, 돈 많은 남자와 잘생긴 남자 중에서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2. 회피-회피 갈등

회피-회피 갈등은 두 가지 부정적인 선택지 간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경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학사경고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을 때 경험하는 것이나, 결혼을 앞둔 여자들이 혼자 고생하기도 싫고 결혼에 얽매이기도 싫을 때 경험하는 것도 회피-회피 갈등이다.

 

3. 접근-회피 갈등

접근-회피 갈등은 하나의 대상에 대해 동시에 끌림과 회피가 존재할 때 경험하는 것으로 양가적인 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모에 대한 독립과 의존 간의 갈등으로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으나 경제적으로는 의존하고 싶은 상태나,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접근하다가도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상태, 친구를 도와주고 싶으나 도와주면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을 것 같아 망설이는 것 등이 있다.

 

 

[생활의 변화]

생활의 변화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결혼을 하거나 이사를 하고, 대학에 새로 들어가는 것 등 생활상의 변화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사를 하게 되면 부동산을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짐을 정리하며 자녀의 전학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이웃들과의 관계 형성도 신경 써야 한다. 변화가 긍정적인 경우라도,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과 부담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변화는 단순한 작업을 넘어선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한다.

 

변화가 몰리는 시기에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화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신체적인 질병과도 연관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한 조사에서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망 전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했으며, 당시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변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없이 심리적 충격을 수반한다. 엄청난 승리나 복권 당첨, 이산가족 상봉처럼 기쁜 일조차 급작스러운 감정의 동요와 적응을 요구하며, 결과적으로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

 

 

[탈핍성 스트레스]

탈핍성 스트레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인간은 누구나 생리적 안정, 애정과 소속감, 자율성,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 이처럼 삶의 근본적인 요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될 때, 사람은 심리적으로 큰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기에 부모의 애정이나 보호가 충분하지 않았던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지속적인 불안과 결핍감을 경험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 반복적인 거절, 빈곤, 무시당하는 경험 역시 탈핍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래 지속될 경우 우울감, 자존감 저하, 대인 기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 욕구가 장기간 충족되지 않으면, 삶에 대한 동기 자체가 약화되며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탈핍성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단순히 욕구를 채우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 부과 압력]

말할 것도 없이 대학생들의 경우는 자기가 설정한 목표 수준의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 대표적인 자기 부과 압력이다. 과잉 부담은 주로 외부로부터 부과된 과업이나 환경에서 기인하는 반면, 자기 부과 압력은 개인이 스스로 설정한 기준과 기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개인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목표와 기대, 사회적으로 내면화된 규범과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내부 압력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예컨대 높은 학업 성취나 완벽한 직무 수행, 이상적인 대인관계 유지 등은 외부에서 명시적으로 요구되지 않더라도, 개인 스스로가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내면화할 때 강력한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된다. 이러한 내부 압력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기대나 평가와 결합될 때 더욱 증폭된다. 특히 현대사회는 경쟁과 비교를 부추기는 구조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성과 창출을 강조하며, 이는 외부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개인이 이를 내면화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감시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외부 자극과 내부 압력은 상호작용하며 스트레스 반응을 심화시키고, 자기 비판과 무력감, 정체감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은 단지 외부 환경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설정한 기대와 목표를 성찰하고 조율하는 자기 이해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명확한 외부 압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타인의 성취와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환경은 '보이지 않는 기준'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도나 방향보다 사회가 정해놓은 표준에 맞추려 하며, 그 과정에서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더 나은 직장, 더 높은 학력, 더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강박은 외부 강요가 아닌 '내가 원한다고 믿는 것'의 형태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비교와 불안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자율성을 잃은 동기는 쉽게 번아웃으로 이어지며, 삶의 만족감과 정신 건강을 해친다. 따라서 진정한 스트레스 해소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가치와 목표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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