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E 모델

2025. 6. 30. 22:05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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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E 모델

 

1. A: Activating Events(촉발 사건)

앨버트 엘리스가 제안한 비합리적인 신념의 수정 과정인 ABCDE 코스에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A, 즉 촉발 사건이다. 이는 개인에게 불쾌한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한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한다. 실망, 분노, 좌절, 우울감과 같은 감정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것을 유발시킨 외적 사건이나 내적 자극이 있다. 따라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를 감정적으로 자극한 그 '사건'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인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한 일, 중요한 시험에서 낙방한 경험, 직장에서 상사에게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은 상황, 배우자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폄하했던 순간 등은 모두 부정적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촉발 사건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건들은 개인의 자존감, 정체성, 기대와 맞물리며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A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이 개인에게 어떤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상담 서비스에서 개발된 ABCDE 통합모델은 이러한 사건의 탐색을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신뢰롭고 공감적인 관계 속에서 진행하도록 한다. 이 관계는 치료의 출발점이자, 내담자가 자신의 취약한 경험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사건의 인식은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단순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심리적 사건’으로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사건은 단순한 외적 자극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연결된 중요한 ‘정보’로 재해석된다. 요컨대 A단계는 문제 상황에 대한 탐색을 넘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첫걸음이다. 내담자는 자신이 어떤 사건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 반응이 어떤 신념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인식함으로써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 이는 이후 단계인 비합리적 신념의 논박과 정서적 전환에 있어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발상 전환의 시작은 사건의 기록과 그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며, 이는 심리치료의 본질적 과정이기도 하다.

 

2. B: Belief(신념)

촉발 사건 이후에는 그 사건을 해석하는 개인의 신념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동일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갖고 있는 신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적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출근 후 상사에게 질책을 받은 상황을 겪었다고 하자. 이때 '나는 왜 항상 이 모양일까', '나는 능력이 없어', '앞으로도 잘될 일이 없을 거야', '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야'와 같은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면, 이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활성화된 결과이다. 이러한 신념은 사건 자체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개인의 정서 상태를 좌우한다. 이러한 신념의 특징은 과도한 일반화, 개인화, 재앙화 경향을 포함한다. 하나의 구체적인 사건을 개인 전체의 가치나 미래 전망으로까지 확장시키는 왜곡된 사고는, 감정적 고통을 지속시키고 심리적 회복을 방해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ABCDE 통합모델에서는 이러한 신념의 인지를 '인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즉,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자동 사고와 핵심 신념을 인식하고, 그것이 현실 기반이 있는지 점검하며, 보다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소크라테스식 질문 기법을 사용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당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은 어떤 증거에 기반한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예는 없나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불균형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위로나 격려가 아닌, 신념 체계의 구조적 재편성을 도모하는 치료적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신념은 종종 과거의 경험과 연결되어 강화된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의 비난, 실패 경험, 혹은 비교와 비판의 반복은 무의식적으로 ‘나는 부족하다’,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기본 신념을 형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델베르크 모델은 신념에 대한 탐색을 단지 논리적 반박에 그치지 않고, 정서적 경험과의 연관 속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이는 인지적 수정뿐만 아니라 정서적 치유로도 이어지는 보다 깊은 작업이다. 결국 B단계는 감정적 고통의 근원이 외부 사건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신념에 있음을 인식하는 데 있다. 이 단계에서 비합리적인 신념을 그대로 방치하면, 이후 단계인 결과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이 반복된다. 반면, 신념을 점검하고 재구성하면 삶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변하게 된다. 이는 치료의 핵심적 전환점이 되며,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보다 객관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인식 도구이다.

 

3. C: Consequence(결과)

그 일을 겪고 난 결과를 찾아보자. 예컨대 상사에게 심하게 질책을 받은 후, 그 원인을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그로 인해 앞으로도 잘될 일이 없을 것이라 여긴다면 어떤 결과가 따르게 될까? 바로 무력감, 자기 비난, 미래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현실로부터의 회피다. 이처럼 비합리적인 신념은 그 자체로 감정적 고통을 심화시키며, 불안, 우울, 무기력 등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종일 질책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일에 대한 의욕은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사소한 실수 하나가 ‘나는 무가치하다’는 확신으로 이어지면서, 감정과 행동, 사고 방식 전반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모델에서는 이러한 신념의 결과를 행동적 차원에서 '태도'로 다룬다. 비기능적인 행동이 반복되면 삶의 질은 저하되고, 대인관계나 학업·직장생활에서도 악순환이 생긴다. 결국, C단계는 자신의 신념이 어떤 정서적·행동적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자각하게 하는 핵심 단계이다. 이 자각이 있어야 비로소 다음 단계인 신념의 논박과 재구성이 가능해진다.

 

4. D:Dispute(논박)

비합리적인 신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과정은 ABCDE 모델의 핵심이다.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성취들을 이루고자 하며, 그것이 실패할 때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패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스스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고방식에 있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가진 신념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논박해보아야 한다. 첫째, 내가 가진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한가? 상사에게 한 번 질책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무능하고 쓸모 없는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닌가? 거절당한 이유가 내 매력 부족이 아닐 수도 있고, 상대방의 상황일 수도 있다. 셋째, 그것이 정말 그렇게도 끔찍한 일인가? 실패와 거절은 누구나 겪는 일이며, 거기서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많다. 넷째, 이러한 생각과 반응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이델베르크의 ABCDE 통합모델은 이러한 논박 과정을 단순한 인지 재구성에 그치지 않고,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무의식적 경험까지 함께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끈다. 즉, 신념을 논박하는 것은 곧 자기 인식과 변화의 출발점이며,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5. E:Effect(효과)

인생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거절당하고, 시험에서 떨어지고, 사회적 관계에서 실패를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일부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정서적, 행동적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결국 그것에 대한 우리의 해석과 신념에 달려 있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포기하는 방식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이다. 단순히 회피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스스로의 사고와 감정을 검토하고 그것이 삶에 유익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ABCDE 모델의 E 단계는 바로 이러한 자기 점검을 바탕으로 한 ‘전환의 효과’를 의미한다. 부정적 신념을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신념으로 바꾸면, 정서적 상태와 행동 양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단지 기분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델베르크의 통합모델에서는 이러한 변화 과정을 ‘실존적 차원’으로 확장하여, 개인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고통을 수용하며, 자유와 책임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건(A), 그에 대한 신념(B), 결과(C), 논박(D)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인지적 재구성을 시도해왔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E에서는 새로운 인식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과 행동이 낙관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면, 암울했던 기분과 부정적인 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쾌한 사건을 단지 회피하거나 잊으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기록하고 검토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단단히 하는 것이 진정한 ‘효과’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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