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지키는 마음의 기술: 왜 우리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가

2025. 7. 7. 15:43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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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지각 

 

1. 자기-일관성과 과거 기억의 재구성

실패에 대해 자신을 탓하게 되면 쉽게 무력감을 느끼고 도전을 포기하게 된다.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한 자기-상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욕구가 있다. 다양한 미묘한 방식으로 자기-지각의 일관성이 유지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과정은 의식되지 않는다. 예컨대 현재의 자기개념에 맞춰 과거의 개인적 역사가 재구성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현재의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과거 기억이 지워지거나 왜곡되어, 과거와 현재의 행동 사이에 일관성이 확보된다. 예전에 수줍어했으나 이후 외향적으로 변한 사람의 경우, 과거에도 외향적이었던 것처럼 지각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현재에 맞춰 과거를 수정하려는 이러한 경향성은 일상적인 경험에서도 드러난다. 자녀에게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으로 시작되는 훈계는, 과거에 동일한 나이에 했던 자기 행동 중 현재의 자기개념과 맞지 않는 부분을 지워 버리거나 왜곡했기 때문일 수 있다.

 

2. 자기-검증 이론과 피드백 선택

자기-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으로는, 현재의 자기개념과 일치하는 피드백이나 상황을 찾아내고, 불일치하는 피드백이나 상황을 회피하는 전략이 있다. 윌리엄 스완의 자기-검증 이론에 따르면, 자기개념을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이 사용된다. 하나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자기개념을 확인시켜주는 피드백이나 정보를 더 잘 기억하고, 모호한 정보는 자기개념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상을 확인시켜줄 증거를 찾기 위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선호하는 것이다. 예컨대 긍정적 자기 개념을 가진 경우에는 타인으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부정적 자기 개념을 가진 경우에는 부정적 피드백을 더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여러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검사 점수에 따라 대학생들을 긍정적 자기 개념 집단과 부정적 자기 개념 집단 중 하나로 나눈 후,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상호작용할 파트너를 선택하게 했다. 이때 참가자들에게는, 두 파트너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자기개념과 일치하는 견해를, 다른 한 사람은 자기개념과 불일치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했다. 예측대로, 긍정적 자기개념을 지닌 피험자들은 긍정적 견해를 가진 파트너를, 부정적 자기개념을 지닌 피험자들은 부정적 견해를 가진 파트너를 더 선호했다.

 

3. 자기-고양과 하향 비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자기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려는 이 경향성은 자기-고양이라 불린다. 예를 들어, 자기에게 일어나는 생활사건에 대한 통제력을 과대평가하거나, 타인들보다 자신의 미래가 더 밝다고 예측하고, 자신을 타인보다 더 낫게 보며, 약점보다는 강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구하고, 잘하는 일들을 못하는 일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각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자기-고양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자기 존중감이 높고 우울감을 적게 느끼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고 우울한 경우에는 자기-고양 성향이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몇 가지 인지적 전략도 존재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그중 하나다. 앞서 논의된 사회적 비교 과정에서, 개인들은 정보의 위협성과 관계없이 비교를 시도한다. 그러나 위협 상황에서는 비교를 위한 준거집단의 선택이 달라진다. 위협이 감지될 때,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렇게 자신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과 비교하려는 방어적 경향성은 하향적 사회 비교라 불린다. 여러 연구에서, 하향적 사회 비교가 이루어질 때 정서와 자존감이 긍정적으로 변화함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완전히 파손되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교통사고로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사건을 떠올리며, 심각한 부상자가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리에 만성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경우, 팔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을 떠올리며 피부병이라도 걸릴 수 있는 팔다리를 갖고 있음에 안도할 수도 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인간 승리' 같은 TV 프로그램은 이러한 하향적 사회 비교를 가능하게 하여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4. 자기-본위적 편파와 성공 귀인

자기-본위적 편파란, 성공했을 때는 개인적 요인에 귀인을 시키고 실패했을 때는 상황적 요인에 귀인하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좋은 성적을 받을 경우에는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로 여기고, 성적이 나쁠 경우에는 교수의 수업방식이나 시험문제의 탓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성공과 실패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패 시에는 자존심의 손상을 막기 위해 책임을 상황에 돌리고, 성공 시에는 자존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이유를 자신에게 귀인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기-본위적 편파는 '성공은 내 탓, 실패는 남의 탓'이라는 두 요소로 구성되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성공은 내 탓’이라는 요소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의 원인이 명확히 자신에게 있는 경우조차도 그 공을 겸손하게 타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전략 역시 자기-고양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순전히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하면, 주변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는 것이다. 자기-본위적 편향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이 현상의 순기능적 측면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성공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에 귀인하는 경우,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더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는, 해고 이유를 경기불황 같은 외적인 요인으로 귀인하는 사람이 내적인 요인에 귀인하는 사람보다 구직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새로운 직장을 더 빨리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5. 자기-중심적 편향과 기여 과장

당신과 당신의 룸메이트에게 지난 한 달 동안 방 청소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하게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아마도 각자가 자신의 기여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공동의 활동에서는 자기 공헌을 과장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를 자기-중심적 편향 또는 편파라고 한다. 이 편향은 앞서 다룬 자기-본위적 편향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자기-본위적 편향은 개인의 수행에 초점을 두고, 자기-중심적 편향은 공동작업에서의 기여에 초점을 둔다. 또, 자기-본위적 편향은 성공의 원인을 자신에게,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영예를 얻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포함한다. 반면, 자기-중심적 편향은 결과가 성공적이든 실망스러운 것이든 관계없이 공동의 결과에 대해 실제보다 더 많은 기여를 주장하려는 경향이다. 결혼한 부부의 공동 활동, 대학 농구선수의 경기, 대학생들의 공동 연구 등 다양한 연구들에서 이와 같은 기여 과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편향의 배후에는 몇 가지 설명이 있다. 우선, 공동작업에서 더 많이 기여했다고 여기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기여보다 자기 기여를 더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여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과제를 수행할 때 그 자리에 없었던 경우 관찰이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한 행동이 타인의 행동보다 더 명확하게 인식되므로, 상대의 기여보다 자신의 기여가 더 잘 회상되는 경향도 있다. 자기-지각의 기본 원리는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자기-지각 과정은 매우 주관적이며, 인간의 귀인은 본질적으로 사고·감정·행동의 원인에 대한 추측이다. 자기-지각은 자기-보호적 동기에 영향을 받으며, 자기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책략이 동원된다. 몇 년 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과 타인의 미래 사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긍정적 사건에는 행복한 부부생활, 좋은 직장, 우수한 자녀, 사회적 명성, 경제적 성공, 무병장수 등이 있었고, 불행한 사건에는 이혼, 중병, 교통사고, 정신병, 화재 등이 포함되었다. 고속도로에서 방금 교통사고 장면을 목격하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불행한 일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일조차,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통제감의 착각은 복권을 예로 든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1달러짜리 복권을 두 방식으로 판매했는데, 하나는 구매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판매자가 임의로 번호를 주는 방식이었다. 추첨 직전 복권을 되팔라는 요청에 대해, 번호를 직접 고른 사람들은 평균 8.67달러를 요구한 반면, 임의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평균 1.96달러를 요구했다. 같은 복권이라도 번호를 고른 경우 당첨 가능성을 더 높게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더 좋게 평가하거나 통제감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울한 사람들의 경우, 행복한 사람들에 비해 자신을 좋게 보는 성향이나 통제감의 착각이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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