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나는 누구인가 — 사회 속 자아의 형성과 왜곡

2025. 7. 5. 09:39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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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념의 형성

 

1. 인지부조화 이론과 자기지각 이론

인지부조화 이론은 태도 변화에 대한 행동의 영향들에 관한 최초의 연구였다. 수년 후,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럴 때 단순히 자신의 행동과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들을 관찰해 태도를 추론한다는 자기지각 이론이 제안되었다. 인지부조화 이론과 자기지각 이론은 행동이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자는 인지적인 과정, 즉 부조화라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과정을 가정하는 반면, 후자는 그와 같은 과정 없이도 행동이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행동주의적인 입장을 따른다. 또한 전자는 확고한 태도를 가진 상황에서 적용되며, 후자는 태도가 모호하거나 애매하거나 사전에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2. 자기 관찰과 사회적 비교

자기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일은, 자신에 대한 주된 정보의 근원이 된다. 초기 아동기에는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시작한다. 어린 아동들은 누가 제일 키가 큰지, 누가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또는 누가 가장 높이 그네를 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자기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얼마나 매력적인지, '정신건강' 과목 시험을 얼마나 잘 봤는지, 사회적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결정하기 위해 타인과의 비교가 이루어진다. 지능이나 미모 같은 특성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자기상을 유지하거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사회적 비교가 활용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다.

 

3. 준거집단과 자기존중감

사회 비교를 할 때는 비교 대상을 선택하게 된다. 준거집단이란, 자신과 비교하고자 하는 일단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 과목의 중간고사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해당 과목을 함께 듣는 동료 수강생들이 준거집단이 된다. 반대로, 영어회화를 잘하고자 할 경우(회화술을 발전시키기 위해)는 약간 더 우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준거집단으로 설정될 수 있다. 이는 준거집단의 기술이 더 많은 노력을 이끌어낼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 존중감을 고양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보다는 다소 못하다고 지각되는 사람들과의 비교가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 비교의 잠재적 영향은 'Mr. Clean/Mr. Dirty' 연구라 불리는 고전적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구직 면접에 참여한 상황이었고, 절반은 말쑥하게 옷을 차려입고 매우 유능해 보이는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을 봤으며, 나머지 절반은 단정치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에 임했다. 모든 피험자들은 면접 전과 후에 자기 존중감 검사를 받았고, 말쑥하고 말도 잘하는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을 본 경우 면접 후 자기 존중감이 낮아졌으며, 허술한 복장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을 본 경우 면접 후 자기 존중감이 높아졌다. 이처럼 타인과의 비교는 자기 개념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4. 자기평가의 왜곡과 피드백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는 일은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자기 평가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수한 경쟁자나 열등한 경쟁자와 함께 경쟁할 때 실제 장점보다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열등감을 느낀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자신을 평가하는 데 왜곡이 개입된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이와 같은 추세는 829,000명의 고등학교 상급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SAT 일부 항목을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 해당 조사에서 70%의 학생이 자신의 '리더십'을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단지 2%만이 평균 이하라고 응답했다. 모든 사람이 객관적으로 자기 평가를 한다면 평균 이상과 이하가 각각 50%씩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잘 지내는 능력'에 대해서는 100%의 피험자가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간주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방향뿐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자기 평가를 왜곡한다. 예를 들어, 신체적 매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사회적 기술, 정서적 안정성, 지적 능력 등은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 또 소수이긴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자신을 호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것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5. 사회적 피드백과 문화적 영향

자기 개념은 행동에 대한 타인의 피드백에 영향을 받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인생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초기 생애에는 부모나 가족 구성원이 제공하는 피드백이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성장함에 따라 피드백을 주는 중요한 타인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부모는 자녀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자주 제공한다. "난 네가 자랑스럽다" 또는 "너는 게을러"와 같은 말로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일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젊었을 때 이러한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과 아동의 자기 개념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아동의 지각과 아동 자신의 자기 지각 사이에는 강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특정한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정확히 알기보다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더 잘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점처럼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신체적 매력과 같이 사회적으로 정의된 기준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평가에 비해 타인의 평가를 덜 중시한다. 아동기에는 부모나 가족뿐 아니라 교사나 친척 등 주변의 사람들이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청년기로 갈수록 동료 집단의 영향력이 커지며, 친구들이 자기 개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타인의 피드백은 사회적 지각 체계를 통해 여과되기 때문에 자기 관찰처럼 왜곡될 수 있다. 자기 개념은 문화적 가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소속된 사회는 어떤 성격과 행동이 바람직하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놓는다. 예컨대, 미국 문화는 개인주의, 경쟁을 통한 성공, 힘, 기술 등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문화적 기대에 부합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자기 존중감이 높아진다. 반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자기 존중감이 낮아질 수 있다.


비교 문화 연구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자기 개념의 형성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 차이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구분이다. 개인주의는 집단의 목표보다 개인의 목표를 우선시하며, 개인의 정체감을 집단의 구성원으로서보다는 개인적 특성으로 규정한다. 반면, 집단주의는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 달성을 우선시하고, 정체감은 가족, 종족, 일터, 사회 계층 등 소속된 집단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집단주의 문화는 가치나 자원을 공유하고 협동하며 상호의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개인의 행동이 다른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며, 아동 양육에서 복종, 신뢰성, 적절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주의 문화는 독립심, 자기 존중감, 자기 신뢰의 발달을 중시한다. 사회가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는 데는 문화적 풍요로움, 교육 수준, 도시화, 사회 변동성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다. 현대의 다양한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는 집단주의적 경향이 많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독립된 자기관을 지니며, 자신을 독특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 상호의존적인 관점을 가지며, 자신을 타인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로 간주한다. 타인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독립적 자기관을 지닌 사람은 타인과 다른 존재로 자신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사회화되고, 집단이 성공하면 자신의 몫이 컸다고 여기며, 실패하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호의존적 자기관을 가진 사람은 소속된 집단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조절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회화된다. 이들은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집단의 실패에 대해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연구자들은 북아메리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도 문화에서 조장되는 자기관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본다. 많은 미국 남성은 독립된 자기관을, 많은 미국 여성은 상호의존적인 자기관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가설은 성별 차이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낭만적 사랑의 경험이나 친밀감에 대한 수용성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통찰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적 가치는 자기 개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관념에도 작용할 수 있다. 성 고정관념은 남성과 여성의 자기지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성 고정관념이 선호하는 활동과 그 활동에 대한 즐거움의 수준까지 예측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인종, 계급, 성 지향, 종교에 관한 고정관념도 자기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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