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념이 감정을 좌우한다

2025. 7. 4. 20:15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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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념과 정서적 반응

 

1. 자기 복잡성과 정서적 안정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자기 개념은 그 복잡성 수준에서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자기 복잡성이란 개인의 자기 개념이 얼마나 단순한가 혹은 복잡한가를 의미한다. 자기 복잡성 정도가 큰 경우,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자기 개념이 존재하며 각각의 구성 요소는 전체적인 자기 개념의 작은 부분을 이룬다. 반대로 자기 복잡성이 낮으면 적은 구성 요소들로 인해 각각이 자기개념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사건은 그 사건과 관련된 자기 구성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수의 요소들로 이루어진 자기 개념일 경우, 그 중 하나에 변화가 생기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경우보다 전반적인 자기 개념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 복잡성이 높은 경우, 파트너와 다툴 때 자기 복잡성이 낮은 경우에 비해 불쾌함이 덜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테니스 시합에서 승리한 것처럼 긍정적인 일이 있을 때도, 자기 복잡성이 낮은 사람들보다 감정적인 반응이 덜할 것이다. 이처럼 자기 복잡성이 낮을수록 자기 존중감이나 정서의 변화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한 연구에서는 자기 복잡성 수준이 서로 다른 대학생들에게 적성검사를 실시한 후, 실제 수행 수준과 관계없이 미리 계획된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 결과, 자기 복잡성이 낮은 경우에는 높은 경우보다 성공 시 더 큰 긍정적 감정을, 실패 시 더 큰 부정적 감정을 보고했다. 즉, 자기 복잡성이 낮을수록 감정의 동요가 크다. 자기 복잡성이 낮은 대학생들은 높은 경우보다 2주 동안 더 큰 정서적 상승과 하강을 경험했다고 한다. 자기 복잡성은 정서와 자기 존중감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성질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기 복잡성의 개발도 가능한가?

 

2. 자기 복잡성과 역할 다양성

자기 복잡성은 다양한 역할, 관계, 상황(학생, 노동자, 친구, 형제, 자매, 음악인, 테니스 선수, 낭만적인 파트너, 지역사회 지원자)에 관여하도록 한다. 다양한 역할과 관계에서의 폭넓은 경험은 자기 복잡성을 촉진시킨다고 여겨진다. 자기 복잡성이 높은 경우, 서로 다른 자기 구성 요소들에게 긍정적인 사건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 사건을 겪더라도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동료와의 불화가 발생했을 때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직무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경험이 감소될 수 있다.

 

3. 자기 불일치와 정서적 영향

어떤 사람들은 실제적인 자기의 모습을 바람직한 자기의 모습과 일치되게 지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실제로 보는 자기 모습과 원하는 자기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지각한다. 예를 들면, 실제적 자기에 대해 "수줍어한다"고 평가하면서 "사교적인" 자기를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를 지각함에 있어 불합치감을 느끼는 것을 자기 불일치라고 한다. 사람들은 세 가지 유형의 자기 지각인 실제적 자기, 이상적 자기, 당위적 자기를 가지고 있다. 자기 불일치 이론은 개인적인 자기 지각 및 중요한 타인(부모, 친구, 혹은 연인들이 자기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둘 다에 관심을 갖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자기 지각과 관계된 자기 불일치만을 다룬다. 개인적인 기준(이상적 자기 혹은 당위적 자기)에 맞추어 살아갈 때 높은 자기 존중감이 경험된다. 반대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자기 존중감이 손상된다. 또한 특정 자기 불일치 유형은 특정한 정서와 연관될 수 있다. 예컨대,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간의 불일치가 크면 실망하고 낙담하며 슬픔을 느끼게 되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실제적 자기가 "비만 상태"이고 이상적 자기가 "매우 날씬한 상태"라면 현재의 상태에 불만족하고 비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몸매에 관한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 간의 불일치 정도가 섭식장애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불일치의 두 번째 유형은 실제적 자기와 당위적 자기가 불일치할 때이다. 자기 개념이 느끼는 책임감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적 자기와 당위적 자기 간의 불일치가 심할수록 긴장, 불안, 죄책감이 증가할 수 있으며, 그 정도가 극단적으로 심하면 불안 관련 심리적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기 불일치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대체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 요인, 즉 경험된 불일치의 정도와 그 불일치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의 정도 때문이다.

 

4. 자기 불일치에 대한 대처 전략

자기 불일치와 관련해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키고 자기 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개인적 기준, 즉 이상적 자기나 당위적 자기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상적 자기가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인데 실제적 자기가 시험 결과 D를 받았을 경우, 다음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찾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결과가 이상적 기준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불일치와 관련된 불편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이상적 자기를 실제적 능력과 조화되도록 조정하거나 자기 인식을 둔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때때로 자기 인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기도 한다. 예컨대, 거절당하는 자기에 대한 자각을 피하기 위해 데이트 신청을 아예 하지 않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 인식을 둔감하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을 시험 점수를 근거로 높은 자기 인식 집단과 낮은 자기 인식 집단으로 구분한 후, 이들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고 사전에 계획된 거짓 피드백을 제공했다. 높은 자기 인식 집단의 절반에게는 검사 결과가 좋다고 알려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엉망이었다고 알려주었다. 그 뒤 이 실험과는 관계없는 실험처럼 꾸며 15분 동안 와인을 맛보고 평가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IQ 테스트 결과가 나쁘다고 알려준 자기 인식 수준이 높은 집단의 참여자들이 다른 집단보다 더 많이 마실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결과도 예측과 일치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회피할 수 없었던 피험자들이 자기 인식을 줄이기 위해 알코올을 더 많이 마신 것이다. 자기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항상 자기 불일치나 부정적인 측면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개념은 다양한 자기에 대한 신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은 긍정적인 신념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점보다는 긍정적인 특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자기 개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우 많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 타인들과의 비교, 타인들의 피드백, 문화적 가치 등이 있다.

 

5. 인지부조화 이론과 태도 변화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태도가 자기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의 재미있는 발견 중의 하나는 행동이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상당히 많은 경우 분명한 태도를 갖고 있으며, 그 태도에 따라 행동을 선택한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행동 중에는 관련된 태도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하는 것들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이미 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운 태도를 형성하거나 기존 태도를 행동에 맞게 변화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행동과 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막강한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치성에 대한 이론이 바로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지들 간의 균형이나 정서와 인지 간의 균형 등에도 적용되지만, 행동과 태도 간의 균형을 이해하는 데 주로 적용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도의 각 요소들은 조화 상태, 부조화 상태, 무관한 상태 중 하나의 관계를 맺는다. 부조화는 수행한 행동이 기존 태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긴다. 신념들 간에, 또는 신념과 행동 간에 부조화가 존재하면 심리적 불편감이 생기며, 이때 조화로운 상태를 회복하려는 동기가 유발된다. 이러한 동기는 배가 고프면 먹고, 두려우면 피하려는 충동처럼 작용한다.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것은 조화 회복을 의미하며, 동원되는 방법 중 하나는 행동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이 이미 완료되어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태도를 행동에 일치시키는 방식이 사용된다. 많은 경우, 이미 저지른 행동을 취소하기보다는 태도를 행동에 맞추는 것이 더 쉬운 전략이다. 불편감의 정도는 신념의 중요성과 부조화 요소의 수가 많을수록 커지며, 그것을 감소시키려는 동기 또한 강해진다. 예를 들어 십수 년간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운 사람이 흡연의 해로움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신뢰한다면, 흡연행위와 태도 간의 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담배를 끊거나 해로움을 부정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흡연자들은 '윈스턴 처칠은 골초였지만 장수했다'거나 '담배 한 대 피워보지 못한 사람이 폐암에 걸려 사망했다'는 사례를 떠올리며 여전히 흡연을 지속한다.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그 의미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흡연의 해로움이 금연 시 겪는 스트레스보다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모순의 중요도를 낮추기 위해 등산이나 헬스클럽 같은 건강 보완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식은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에 맞게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흡연을 혐오하던 사람이 흡연을 시작하며 이를 예찬하게 되거나, 골초가 금연에 성공한 후 흡연을 가장 어리석은 행동으로 간주하게 되는 경우가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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