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존중감

2025. 7. 10. 23:39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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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존중감

 

1. 자기 존중감의 개념과 측정의 어려움

자기 존중감은 개인이 가진 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뜻한다. 자기 존중감은 자기 개념에 대한 평가적인 구성 요소이며, 여러 역할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가 어우러진 전체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자신을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면, 자기 존중감이 높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때로는 긍정적인 자기 개념이라는 표현이 자기 존중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기 존중감을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지금까지 이루어진 많은 측정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자기 보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쉽게 편향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실제로 느끼는 자기 존중감 수준과 설문지에 표시한 수준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둘째, 관련 연구에서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상관 자료들은 특정 행동 특성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자기 존중감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자기 존중감과 행복감 사이에 높은 상관이 있다 해도,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자기 존중감의 결정 요인이나 그 영향력을 살필 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2. 자기 존중감과 정서적 문제의 연관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서적 문제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안, 우울, 긴장, 공격, 분개함, 소외감, 불행, 불면증, 정신신체 증상 등을 겪는다. 또한 낮은 자기 존중감은 수줍음과도 관련이 있다. 낮은 자기 존중감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사회적으로 어색함을 느끼며, 자의식이 강하고, 특히 거절에 취약하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크지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시도는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공식적인 모임에 좀처럼 참여하지 않으며, 사교적인 활동에도 소극적이게 되어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존중감은 기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대한 바가 실제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더 너그럽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자기 존중감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수행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하게 되며, 그로 인해 불안해하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을 탓하게 되고, 자기 존중감 수준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자기 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되고, 이는 더 많은 노력을 유도하며 불안 수준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그 결과 성공적인 성과를 얻게 되고, 이는 다시 자기 존중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3. 부모의 영향과 자기 판단

높거나 혹은 낮은 자기 존중감은 인생 초기부터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심리학자들은 자기 존중감의 발달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게 되었다. 실제로 부모의 관여, 인정, 지원 등이 아동의 자기 존중감에 영향을 준다는 다양한 증거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어린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고전적인 자기 존중감 연구 결과를 재검토해 보면, 자기 존중감이 높은 소년들의 어머니가 사용하는 양육 방식과 그렇지 않은 소년들의 어머니가 보이는 양육 방식 간에 뚜렷한 차이가 발견된다. 자기 존중감이 높은 아동들의 어머니는 자녀에게 애정을 자주 표현했고, 자녀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자녀를 인정하고, 건전하고 일관된 훈육을 실천했으며, 스스로도 비교적 높은 자기 존중감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자녀에게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는 긍정적인 자기 개념의 형성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역시 자기 존중감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판단은 자신이 준거집단으로 삼은 타인들과의 비교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지에 따라 형성된다.

 

4. 사회적 비교와 준거집단

청년기 이전의 자기 존중감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경쟁자들의 속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우수한 경쟁자들(우수한 준거집단)과 지낸 아동들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의 우수하지 못한 경쟁자들(열등한 준거집단)과 함께 생활한 아동들을 비교하였다. 놀랍게도, 수준이 낮은 학교의 아동들이 수준이 높은 학교에 입학한 유사한 학업능력을 지닌 아동들보다 더 높은 자기 존중감을 보였다. 이 결과는 학생들이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과 비교하기보다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자기 존중감을 고양시키는 측면에서 볼 때, "소의 꼬리보다는 닭의 머리가 낫다"는 말이 적절해 보인다.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지닌 아동이라 하더라도 어떤 준거집단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자기 존중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 같은 결과는, 자기 존중감의 발달 과정에서 사회적 비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서 비평준화 지역과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한 동일 점수대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3년간 비교한 결과, 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더 높은 성취 향상을 보였다는 사실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5. 결여와 적응행동

지금까지 자기 존중감의 손상을 보호하고 자존감을 고양시키기 위해 얼마나 비상한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기 존중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하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그중 일부는 자존감의 결여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려는 방식이며, 또 다른 일부는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김중술은 그의 책 '사랑의 의미'에서 자기 존중감이 부족할 때 흔히 나타나는 행동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의 공통점은 본인 스스로 그 행동이 자기 존중감의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허풍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자기 가치가 높아 보이도록 자신을 치켜세우는 행위로, 스스로를 포함한 타인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과장해 믿게 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런 진의는 쉽게 드러나 경멸이나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들은 사랑이나 인정을 조건부로 인식하며, 자신에게 특출한 장점이 있어야만 그것으로 인해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돈을 자랑하고 싶어 하거나, 미모나 학식을 과시하는 이들도 실제로는 내면에 사랑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을 만하지 않다는 느낌으로 괴로워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은 타인의 허물을 찾아내어 비판함으로써 자기 상태를 견뎌내려 한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비난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며,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인정하는 고통을 피하려고 타인에게 그것을 투사한다. 그 결과 타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감으로써 자기혐오를 분출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이 없으면 깊은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때로는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6. 자기 가치의 외적 조건과 고독한 적응 방식

자기 사랑이 없는 사람이 유일하게 자기 가치감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일을 잘하는 능력을 통해서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즉각 변명하고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한다.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용인하거나,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럽다. 어떤 자리에서 언쟁에 지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가치는 조건부이며, 틀리거나 실패했다는 사실은 자존심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나 과오를 자신의 무가치감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때로는 현실지각의 왜곡이나 논리의 왜곡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과오를 부인하고,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완벽성을 갈구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꼼꼼하고 완전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이 사랑이나 인정을 받기 위한 조건이므로, 결함 없이 수행하는 일이 존재 가치를 좌우한다고 여긴다. 자기를 인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자그마한 실수라도 체면이나 위신에 결정적인 타격이 된다고 생각하며, 손상에 대한 걱정으로 항상 불안해한다. 완벽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내면적으로 자긍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수줍어하는 사람은 자기 주장에 소극적이며,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적다고 여긴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반응은 두려움이며, 비판이나 평가,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거부를 두려워한다. 이런 모험을 피하기 위해 자기 주위에 담을 쌓고 수줍음이라는 장막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줍어하고 위축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수줍음은 실패에 대한 심리적 보호막이며 존재 가치의 평가와 관련된 심각한 반응이다. 내적 공허감의 고통에 적응하는 한 방법은 자신을 가련한 모습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기대를 낮추고 비판을 자제하도록 만들며, 때로는 동정심까지 유발하려 한다. '다 털린 희생자' 같은 모습은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격려를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로 기대하는 것은 자기 존중감 상실에 대한 부정이며, 그것을 통해 부족하게 느끼는 자기 가치를 상승시키려 한다. 자긍심 결여에 적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모든 규칙이나 법규에 기계적인 정확성을 가지고 순응하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순응이 보상이나 미소, 포옹을 가져온다는 것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완전히 착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법규 준수라는 껍질 뒤에 자기 자신을 숨기고 비난받지 않는 안전한 삶을 살아가려 한다. 이 경우,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척도로 작용한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있어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일은 마치 권투 시합에서 이미 상처가 난 부위를 계속 얻어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가까이하게 되면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정과 사랑의 대가로 고루하고 피곤한 조건들을 요구할 것이고, 그런 시합을 벌이느니 차라리 혼자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느낀다. 겉으로는 사교적인 척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독한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성취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위대한 업적이나 재산의 축적을 통해 다른 사람의 주의와 인정을 기대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한다. 이런 생활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성취나 소유는 곧 자기 확장을 의미하며, 가능한 한 그것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슬픈 적응 양식 중 하나는 전천후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작은 인정이나 수용을 얻기 위해 언제 어떤 문제에도 쉽게 동의하고 나선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지만, 철저하게 고독한 것보다는 철저하게 좋은 사람이 되는 편이 더 견딜 만하다. 자신에게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므로 자기 자신을 믿지 않고, 그런 불신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확대 투사한다. 결국 누구도 믿지 않게 되고, 신뢰가 없는 곳에는 사랑도 없기 때문에 언제나 고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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